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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된 학교 복도와 병원 대기실은 낮과 전혀 다른 장소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늘 다니던 곳인데도 불이 몇 개 꺼져 있거나, 사람 없는 곳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면 괜히 걸음을 재촉하게 되죠.
이번 글에는 학교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짧은 규칙 괴담 7편을 모았습니다. 일곱 편 모두 새로 쓴 창작 이야기입니다. 실제 학교나 의료기관의 안내가 아니며, 잔혹한 장면보다는 평범한 규칙 사이에 끼어든 이상한 한 줄에 집중했습니다.
이유를 곧바로 맞히려 들지는 않아도 됩니다. 누가 이 안내문을 만들었는지,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상상해 보세요.
뜻과 입문작부터 긴 창작 괴담까지 함께 보고 싶다면 나폴리탄 괴담 모음 총정리에서 취향에 맞는 순서를 골라보세요.
1. 야간 자율학습 출석표
해솔고등학교 신관 3층은 밤 10시에 폐쇄됩니다. 자율학습 감독을 맡은 교사는 아래 사항을 확인한 뒤 학생들을 귀가시켜 주십시오.
1. 2학년 4반의 좌석은 모두 28개입니다. 학생 수를 셀 때 29명이 보이더라도 출석을 다시 부르지 마십시오. 첫 번째 집계가 맞습니다.
2. 오후 9시 40분에는 예비 종이 두 번 울립니다. 세 번째 종이 들리면 학생들에게 책상 위로 고개를 숙이게 하십시오. 반장이 “전원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할 때까지 누구도 얼굴을 들면 안 됩니다.
3. 창가 맨 뒤에 앉은 학생이 지우개를 빌려 달라고 하면 교탁 위에 새 지우개 하나를 올려두십시오. 직접 건네거나 명찰을 읽지 마십시오.
4. 밤 10시가 되면 출석표를 교무실에 제출합니다. 명단 마지막에 ‘김서윤’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어도 지우지 마십시오. 2학년 4반에는 그런 학생이 없지만, 그 이름을 지운 날에는 항상 한 명이 늦게 귀가했습니다.
2. 체육관 창고 반납 규정
방과 후 체육관 창고를 정리하는 학생은 반드시 두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열쇠는 체육부실에서 받아 오후 7시 전까지 반납하십시오.
1. 주황색 농구공은 12개입니다. 바닥이 젖은 공이 하나 더 발견되면 수건으로 닦지 말고 창고 가장 안쪽 선반에 올려두십시오.
2. 모든 물품을 넣은 뒤에는 안에서 노크 소리가 나는지 10초 동안 기다립니다. 소리가 들리면 문을 열지 말고 “오늘 수업은 끝났습니다”라고 말하십시오.
3. 노크가 멈추면 문을 잠그고 체육관 조명을 끕니다. 이때 비상구 표시가 왼쪽을 가리키면 그쪽으로 가지 마십시오. 체육관 왼쪽에는 출구가 없습니다.
4. 열쇠를 반납할 때 담당 교사가 학생 수를 물을 수 있습니다. 창고에 들어간 사람의 수가 아니라, 밖으로 나온 사람의 수만 대답하십시오. 둘이 들어갔는데 셋이 나왔다면 아무 말 없이 열쇠를 책상 위에 놓고 귀가하십시오.
3. 비 오는 날의 방송실
장마철에는 오래된 배선 때문에 방송 장비가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아침 방송 담당 학생은 다음 순서를 바꾸지 마십시오.
1. 오전 7시 50분에 방송실에 들어가 문을 잠급니다. 안쪽 유리창에서 운동장이 보이지 않더라도 커튼을 열지 마십시오. 비가 많이 오면 가끔 다른 운동장이 비칩니다.
2. 마이크를 켜기 전 헤드폰으로 교가 첫 소절을 확인합니다. 노래 대신 누군가 출석을 부르면 대답하지 마십시오. 그 명단은 올해 학생들의 것이 아닙니다.
3. 방송 장비의 시계가 7시 61분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고장이 아니므로 시간을 고치지 말고 헤드폰만 벗으십시오. 시계가 8시로 넘어갈 때까지 방송실 안에서 말을 하면 안 됩니다.
4. 방송을 마친 뒤 녹음 파일을 재생하지 마십시오. 다음 날의 안내 방송이 이미 들어 있는 경우가 있으며, 그 내용을 미리 들은 학생은 다음 방송 담당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4. 응급실 3번 대기표
새벽 근무자는 접수대 오른쪽 서랍에 있는 안내문을 숙지해 주십시오. 아래 절차는 환자와 직원의 안전을 위한 것입니다.
1. 야간 응급실 대기번호는 101번부터 시작합니다. 번호표 기계에서 ‘3번’이 나오면 환자에게 건네지 말고 인쇄면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 두십시오.
2. 회색 외투를 입은 사람이 3번을 들고 “제 앞에 몇 명 있나요?”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대기실에 사람이 없더라도 “두 분 계십니다”라고 답하십시오.
3. 전광판 숫자가 저절로 3으로 바뀌면 진료실 문을 모두 닫고 근무자를 세십시오. 평소보다 한 명이 많다면 이름을 묻지 말고 휴게실의 빈 의자를 하나 치워두십시오.
4. 오전 4시 10분이 지나면 뒤집어 둔 번호표를 파쇄합니다. 종이를 펼쳤을 때 숫자가 사라져 있다면 이미 접수가 끝난 것입니다. 그날 진료 기록에는 손대지 마십시오.
5. 지하 2층 약품 수령 안내
본관 약국은 지하 1층에 있습니다. 야간 배송 직원은 엘리베이터에서 지하 2층 버튼을 발견하더라도 누르지 마십시오. 본관 도면에는 지하 2층이 없습니다.
1. 밤 11시 30분 이후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에 멈추면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르십시오. 문이 열려도 복도로 나가면 안 됩니다.
2.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이 밀봉된 처방전을 내밀면 “약국은 1998년에 폐쇄되었습니다”라고 말하십시오. 상대가 웃으면 날짜를 제대로 말한 것입니다.
3. 문이 닫힐 때까지 엘리베이터 벽을 보지 마십시오. 벽에 비친 사람 수가 실제 탑승자보다 한 명 많아도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4. 1층에 도착한 뒤 배송 상자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약봉투가 들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발견했다면 복용법을 읽지 말고 당직실에 상자째 두고 퇴근하십시오. 다음 근무일에는 그 이름이 다른 직원의 것으로 바뀌어 있을 겁니다.
6. 7층 병동 야간 회진표
7층 병동에는 701호부터 706호까지 여섯 개 병실이 있습니다. 704호는 시설 점검 중이므로 환자를 배정하지 않습니다.
1. 자정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복도를 순회합니다. 704호 호출등이 켜져도 응답하지 마십시오. 호출 버튼은 지난달에 철거했습니다.
2. 회진표에 704호 환자 이름이 나타나면 이름만 한 줄로 지우십시오. 체온과 혈압 수치는 남겨두어야 합니다. 수치까지 지우면 다음 회진 때 다시 측정해야 합니다.
3. 새벽 3시 30분 무렵 오래된 간호사 모자를 쓴 사람이 “회진은 대신 돌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감사하다고 답한 뒤 인계 기록을 확인하십시오. 기록이 자신의 필체라면 다음 한 시간은 병실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4. 동이 트기 전 마지막 회진에서는 병상 수가 아니라 환자 수를 세십시오. 빈 704호 문이 열려 있더라도 안을 들여다보지 마십시오. 안쪽에서 “한 명 부족합니다”라는 말이 들리면 문을 닫고 자신의 이름표를 뒤집어 놓으십시오.
7. 폐쇄된 연결통로 경비일지
동관과 서관을 잇는 5층 연결통로는 균열 보수 공사로 폐쇄되었습니다. 야간 경비원은 통로 입구만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1. 밤 10시 이후 폐쇄된 통로의 센서등이 하나씩 켜질 수 있습니다. 불빛이 안쪽에서 입구 쪽으로 다가오면 움직이지 마십시오. 마지막 등이 켜진 뒤 30초가 지나야 뒤로 물러날 수 있습니다.
2. 통로 반대편 유리문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어도 응답하지 마십시오. 서관 쪽 문은 벽돌로 막혀 있어 사람이 설 공간이 없습니다.
3.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한 박자 늦게 움직이면 바닥의 노란 선만 보며 입구로 돌아오십시오. 뛰면 반대편의 것도 속도를 높입니다.
4. 순찰을 마치면 경비일지에 시간을 적습니다. 이미 자신의 서명이 있다면 날짜를 고치지 말고 그대로 퇴근하십시오. 이전 날짜의 서명을 지운 경비원은 다음 날에도 같은 야간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안내문이 가장 무서웠나요?
학교와 병원 규칙 괴담은 낯선 장소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복도, 출석표, 대기번호처럼 늘 보던 것들이 한 칸씩 어긋날 뿐이죠. 안내문은 끝까지 태연한데, 왜 이런 규칙이 생겼는지 떠올리는 순간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개인적으로는 4번째 이야기의 ‘3번 대기표’가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아무도 접수하지 않았는데 이미 진료가 끝났다는 마지막 문장 때문에, 앞의 규칙을 다시 읽게 되거든요.
여러분은 어느 안내문에서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꼈나요? 번호와 이유를 댓글로 남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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