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야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수칙 11가지|마지막 안내방송의 나폴리탄 괴담

    2026. 9. 3.

    by. 기록관리인

    새벽의 텅 빈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과 멀리 보이는 정체불명의 사람
    새벽의 빈 휴게소에서 시작되는 11가지 야간 근무수칙

    한밤중 문을 닫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임시 야간 근무를 맡게 된 직원이, 존재하지 않는 안내방송과 빈 주차장을 견디며 반드시 지켜야 할 11가지 수칙을 발견하는 창작 나폴리탄 괴담입니다.

    새벽 두 시가 넘은 휴게소는 이상할 만큼 넓어 보입니다.

    차 한 대 없는 주차장에서 안내방송이 켜지고, 불 꺼진 매장 안쪽에서 주문 번호가 울린다면 퇴근 시간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의 장소와 인물, 수칙은 모두 창작이며 실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지침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나폴리탄 괴담 모음 총정리에서 다른 규칙 괴담을 먼저 골라 읽어도 좋습니다.

     

    해월휴게소 야간 근무 인수인계서

    해월휴게소는 상행선 전용 소형 휴게소이며 오전 1시부터 5시까지 영업을 중단합니다.

    야간 근무자는 매장 출입문과 화장실, 주차장 조명을 확인한 뒤 관리실에서 대기하십시오.

    아래 수칙은 시설 고장에 대비해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다른 직원에게 내용을 묻지 마십시오.

     

    1. 오전 1시 17분에는 주차된 차를 세지 마십시오

    폐점 점검이 끝났다면 주차장은 비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차량이 보이면 번호판이나 탑승 인원을 확인하지 말고 관리실 블라인드를 내리십시오.

    CCTV 화면 속 차량 수와 창밖의 차량 수가 같아지는 순간에만 다시 밖을 볼 수 있습니다.

     

    2. 매장 안에서 주문 번호 44번이 울리면 대답하지 마십시오

    마지막 주문 번호는 영업 종료와 함께 초기화됩니다.

    스피커에서 44번 손님을 찾는 방송이 나와도 카운터로 가지 마십시오.

    냉장고 문 너머에서 누군가 영수증을 내밀어도 번호를 읽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3. 여자 화장실 세 번째 칸은 잠겨 있어야 합니다

    점검표에는 두 번째 칸까지만 적혀 있지만 실제 화장실에는 문이 세 개 보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문이 열려 있다면 거울을 보지 말고 청소 중 표지판을 문 앞에 세워 두십시오.

    안쪽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세 번 들리면 표지판을 회수하지 말고 관리실로 돌아오십시오.

     

    4. 주유소 방향에서 손전등이 비치면 불을 끄십시오

    이 휴게소에는 주유소가 없습니다.

    숲 쪽에서 손전등 불빛이 두 번 깜빡이면 관리실 조명과 모니터를 모두 끄고 책상 아래에서 1분을 기다리십시오.

    세 번째 불빛은 관리실 창문 안쪽에서 켜집니다.

     

    5. 길을 묻는 운전자에게 다음 휴게소를 알려주지 마십시오

    새벽에 회색 승합차가 멈추고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지 않은 채 다음 휴게소까지 거리를 물을 수 있습니다.

    그때는 이곳이 마지막 휴게소라고만 대답하십시오.

    다음 휴게소의 이름을 말하면 승합차가 떠난 뒤에도 뒷좌석의 승객 한 명이 주차장에 남습니다.

     

    6. 자동판매기에서 따뜻한 생수가 나오면 마시지 마십시오

    직원용 자동판매기는 관리실 옆에 있으며 모든 음료가 차갑게 보관됩니다.

    라벨이 없는 따뜻한 생수가 나오면 뚜껑을 열지 말고 기계 아래 칸에 다시 넣으십시오.

    병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라도 흔들어 확인해서는 안 됩니다.

     

    7. 안내방송이 이름을 부르면 명찰을 뒤집으십시오

    휴게소 방송은 직원 이름을 호출하지 않습니다.

    스피커에서 본인 이름이 들리면 명찰을 뒤집고 성을 제외한 이름만 종이에 적으십시오.

    방송이 종이에 없는 이름을 한 번 더 부르면 그 종이를 즉시 찢어 버리십시오.

     

    8. 반려견 놀이터의 문이 열려 있어도 닫지 마십시오

    반려견 놀이터는 지난해 철거됐습니다.

    주차장 끝에서 작은 울타리와 열린 문이 보이면 가까이 가지 말고 CCTV 6번 화면을 꺼 두십시오.

    화면 속에서 목줄을 든 사람이 관리실 쪽으로 걸어오면 출입문 잠금장치를 풀어야 합니다.

    잠근 문은 그 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것만 막습니다.

     

    9. 순찰 중 같은 표지판을 두 번 만나면 되돌아가지 마십시오

    화장실에서 관리실까지는 안내 표지판이 하나뿐입니다.

    같은 표지판이 다시 보이면 걸음을 멈추지 말고 세 번째 표지판이 나올 때까지 직진하십시오.

    뒤에서 동료가 부르는 소리가 나도 돌아보면 안 됩니다.

    오늘 야간 근무자는 한 명입니다.

     

    10. 오전 3시 33분의 제설차는 보내지 마십시오

    눈이 오지 않는 계절에도 낡은 제설차가 진입로에 멈출 수 있습니다.

    운전석이 비어 있다면 차단기를 올리지 말고 경광등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운전석에 누군가 앉아 있다면 관리실 문을 열고 제설차가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으십시오.

     

    11. 마지막 안내방송이 나오기 전에는 퇴근하지 마십시오

    오전 4시 50분에는 영업 준비를 알리는 음악이 나와야 합니다.

    음악 대신 “남아 있는 직원은 한 명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오면 대답하지 마십시오.

    “남아 있는 직원은 없습니다”라는 두 번째 방송이 끝난 뒤에만 뒷문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미 누군가가 당신 몫으로 퇴근한 것입니다.

     

    인수인계서의 마지막 문장

    나는 오전 4시 50분이 되자 가방을 들고 관리실 문 앞에 섰습니다.

    스피커에서는 분명히 “남아 있는 직원은 없습니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안심하고 뒷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책상 위 무전기에서 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관리실에 한 명 더 있습니다.”

    창밖을 보니 회색 승합차의 뒷좌석에 명찰을 단 내가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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