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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부친 적 없는 내 가방이 수하물 벨트 위로 나왔다.
손잡이의 흠집도, 바퀴 하나가 삐뚤어진 것도 같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침대 밑에 밀어 넣었던 가방이었다.

나는 아직 여행 한 번 가지 못한 채 공항에서 짐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가방은 내 앞에서 멈췄다.
벨트는 계속 움직이는데 그것만 바닥에 붙은 것처럼 제자리에 있었다.
태그에는 항공편 대신 ‘C-2 야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근무하는 구역이었다.
손잡이를 잡으려다 관리실 창문에 붙은 안내문을 봤다.
처음 인수인계를 받을 때는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C-2 수하물 처리장 야간 인수인계서
도착편이 끝난 뒤에도 벨트는 마지막 수하물을 운반합니다.
1. 항공편 번호가 없는 태그는 스캔하지 마십시오.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이 구역으로 표시되는 것은 인쇄 오류가 아닙니다.
이 짐은 비행기에서 내려온 짐이 아닙니다.
2. 본인의 물건과 같은 가방을 발견해도 손잡이를 들지 마십시오.
손잡이를 드는 행위는 소유권 확인으로 처리됩니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수하물은 주인을 데려갈 수 없습니다.
3. 가방에서 집 전화벨이나 초인종 소리가 나면 관리실 유리창을 가리십시오.
창 안쪽에서 불이 켜져도 직원이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그곳은 수하물의 출발지입니다.
4. 창문 너머로 익숙한 방이 보이면 그 방에 없는 물건을 하나 찾으십시오.
원래 있던 것이 빠져 있다면 운송이 시작된 상태입니다.
방을 원래대로 정리해 주려 하지 마십시오.
5. 누군가 ‘찾으시는 물건이 맞습니까’라고 물으면 태그의 구역 번호만 읽으십시오.
가족의 목소리여도 소유자의 이름이나 집 주소를 알려 주지 마십시오.
반송지로 등록될 수 있습니다.
6. 벨트가 멈추면 멈춘 가방이 아니라 본인의 발을 확인하십시오.
신발 밑에서 운반 롤러가 느껴지면 더 이상 벨트 밖에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리창을 가린 채 양손을 가슴 높이로 드십시오.
손잡이처럼 손을 내리지 마십시오.
7. 마지막 수하물에는 인수 서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퇴근 확인서가 벨트 위에서 나오더라도 집어 들지 마십시오.
본인에게 배달된 서류는 본인이 들 수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관리실 전화가 울렸다.
가방 안에서도 같은 간격으로 벨이 울렸다.
나는 작업복 상의를 벗어 창문에 걸었다.
천이 유리를 덮기 직전, 안쪽에서 노란 불이 켜졌다.
내 방의 천장 등이었다.
침대 밑이 비어 있었다.
가방이 사라진 자리에 납작한 그림자만 남아 있었다.
전화벨이 멎자 창문 너머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찾으시는 물건이 맞습니까?”
엄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내 가방이라면 ‘네 거 맞니’라고 물었을 것이다.
“C-2.”
내가 대답하자 벨트가 갑자기 멈췄다.
발바닥에서 쇠막대 하나가 굴러가는 느낌이 났다.
나는 양손을 들었다.
발밑은 회색 콘크리트 그대로였다.
하지만 신발은 아주 천천히 관리실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방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처음부터 멈춰 있던 것은 가방이 아니라, 가방을 기준으로 바라본 내 자리였는지도 몰랐다.
창문에 걸어 둔 작업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 너머에는 내 방이 없었다.
컨베이어 위에 놓인 붉은 가방이 보였다.
작은 지퍼 틈 안쪽에서 관리실 불빛이 새어 나왔다.
나는 손을 든 채 천장을 올려다봤다.
형광등이 하나씩 짧아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종이 한 장이 미끄러져 왔다.
퇴근 확인서였다.
종이는 내 손이 닿을 높이에 멈췄다.
그 뒤에서 누군가 손잡이를 잡았다.
들려 올라가는 순간, 벽 두 개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머리 위의 지퍼가 끝까지 닫혔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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