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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가 끝났는데 관제실 창문 안쪽이 젖어 있었다.
나는 마른 걸레로 물방울 하나를 닦았다.
건너편 전동차 창문에서도, 내가 닦은 만큼만 김이 걷혔다.

걸레를 내려놓자 맞은편의 동그란 자국도 더는 커지지 않았다.
그제야 책상 모서리에 붙은 종이가 보였다.
첫 줄에는 ‘관제실 유리는 청소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야간 외부 세척 인계 사항
1. 근무 시작 전, 책상 위 걸레가 말라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젖어 있다면 새 걸레를 꺼내지 말고 이전 근무자에게 그대로 인계하십시오.
이곳의 걸레는 한 장이며, 이전 근무자는 야간에 전화받지 않습니다.
2. 세척이 끝난 열차의 창문은 직접 닦지 않습니다.
원형 얼룩이 남아 있어도 외부 브러시를 다시 돌리지 마십시오.
그 얼룩은 반대쪽에서 닦아야 지워집니다.
3. 관제실 유리에 물방울이 맺혀도 손대지 마십시오.
시야가 가리면 의자를 옮기십시오.
손이나 걸레로 문지르면 해당 유리가 다음 청소 대상으로 등록됩니다.
4. 인터폰으로 “어느 쪽을 닦을까요?”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열차 외부’라고만 답하십시오.
‘이쪽’이나 ‘저쪽’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질문한 작업자가 화면에 보이지 않더라도 위치를 설명하지 마십시오.
5. 유리 너머에서 걸레가 움직이면 책상 위 걸레를 확인하십시오.
책상 위에 그대로 있다면 정상입니다.
걸레가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찾지 말고 두 손을 무릎 위에 두십시오.
6. 화면의 ‘외부 세척 완료’ 문구가 사라질 때까지 퇴근하지 마십시오.
‘내부 세척 대기’로 바뀌었다면 문을 열지 말고 인터폰에서 근무 종료 안내가 나오기를 기다리십시오.
종료 안내에는 반드시 ‘관제실 근무자’라는 말이 포함됩니다.
7. 열차가 빠져나간 뒤 책상 위에 새 걸레가 놓여 있다면 만지지 마십시오.
다음 근무자를 위한 물품입니다.
근무자가 바뀌기 전에는 유리의 안쪽도 바뀌지 않습니다.
나는 세 번째 항목을 다시 읽었다.
아까 닦은 자리에 손바닥만 한 투명한 원이 남아 있었다.
맞은편 창문에도 같은 원이 있었다.
인터폰에서 짧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어느 쪽을 닦을까요?”
나는 종이에 적힌 대로 열차 외부라고 답했다.
그러자 브러시가 움직였다.
열차 옆면을 한 번 쓸고 지나가는 동안 관제실 유리에는 물방울이 더 촘촘하게 맺혔다.
물은 창틀을 타고 내 신발 앞에 떨어졌다.
책상 위 걸레는 없어져 있었다.
나는 의자를 뒤로 밀고 두 손을 무릎에 얹었다.
건너편 유리에 회색 천이 나타났다.
사람 팔은 보이지 않았다.
천은 아까 내가 닦은 작은 원의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움직였다.
원 바깥의 김이 걷힐수록 맞은편 좌석이 드러나야 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보인 것은 작은 책상 모서리였다.
내 책상과 같은 위치에 인계 사항이 붙어 있었다.
글자를 읽으려 몸을 기울이자 인터폰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내부 세척 대기입니다.”
모니터에서도 ‘외부 세척 완료’가 사라졌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근무 종료 안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한참 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맞은편의 책상도 천천히 옆으로 밀려났다.
인계서, 의자 등받이, 젖은 바닥이 차례로 지나갔다.
맨 마지막 창문이 지날 때 책상 위에 접힌 걸레 한 장이 보였다.
인터폰이 다시 켜졌다.
“관제실 근무자, 퇴근하셔도 됩니다.”
나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복도 대신 전동차의 긴 손잡이 줄이 매달려 있었다.
등 뒤에서 천이 유리를 문지르는 소리가 났다.
관제실 창문이라고 생각했던 유리에, 밖에서부터 동그란 자국이 생겼다.
자국 너머로 처음 보는 근무자가 내 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손에는 마른 걸레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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