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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은 피아노 조율실에 남은 보조 직원은 건반에서 자기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소리를 따라 부르지 말라는 작업 수칙을 확인하고, 무심코 따라 한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동안 점검표 오른쪽의 빈칸을 채워야 할지 그대로 두어야 할지 망설입니다.
선생님은 작업을 마치기 전에 열쇠를 내게 맡겼다.
나는 조율사가 아니었다.
그날 할 일은 피아노 덮개를 닫고 방을 잠그는 것뿐이라고 했다.
"소리가 남아 있으면 바로 닫지 말고."
"울림이 끝날 때까지요?"
선생님은 대답 대신 의자 위의 점검표를 가리켰다.

피아노 조율실 장면을 표현한 AI 삽화 야간 마감 수칙 1. 건반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들리는 음은 점검 대상이 아닙니다.
덮개를 닫기 전에 소리가 방 안에서 나는지 악기 안에서 나는지만 확인하십시오.
귀를 피아노에 대지는 마십시오.
나는 문가에 섰다.
피아노 쪽에서 누군가 목을 가다듬었다.
몇 분 전에 선생님에게 대답할 때 내가 냈던 소리였다.
"울림이 끝날 때까지요?"
질문이 똑같이 돌아왔다.
목소리는 내 것인데 끝의 억양만 조금 높았다.
나는 웃을 뻔했다.
녹음기를 숨겨 둔 장난인가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떠날 때 가져간 것은 공구 가방 하나뿐이었다.
야간 마감 수칙 2. 악기가 직원의 말을 재생하면 점검표 왼쪽 칸에 들린 문장을 적으십시오.
오른쪽 칸은 비워 둡니다.
잘못 들은 것 같아도 입으로 다시 말하지 마십시오.
나는 문장을 적었다.
피아노가 조용해졌다.
안심하고 덮개를 내리려는데 낮은 음 하나가 났다.
검은 건반 하나가 다른 건반보다 조금 내려가 있었다.
손가락을 대자 건반이 천천히 올라왔다.
"끝."
내 목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말을 따라 했다.
목 안에서 바람만 샜다.
다시 말해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말은 나왔다.
이제 집에 가겠다는 말도, 선생님을 부르는 소리도 나왔지만 그 한 단어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점검표 아래가 접혀 있었다.
야간 마감 수칙 3. 들은 말을 따라 한 경우 오른쪽 칸에 같은 말을 적으십시오.
양쪽 칸이 채워진 단어는 악기의 보관 목록에 들어갑니다.
회수하려고 건반을 누르지 마십시오.
나는 펜을 놓았다.
오른쪽 칸을 채우지 않으면 아직 내 말일 것 같았다.
휴대전화로 선생님에게 문자를 쓰려 했다.
자판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피아노가 짧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 뒤로 선생님이 숨을 들이켰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악기가 다시 말했다.
"잠깐만요."
그 말을 따라 하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었다.
내가 늘 남의 말을 끊기 전에 쓰는 말이었다.
피아노는 이번에는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냈다.
어릴 때 놀라서 울던 내 목소리였다.
선생님이 전화기에서 말했다.
"말하지 마. 아직 오른쪽에 안 썼지?"
나는 책상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럼 문으로 나와. 열쇠만 놔두고."
출입문 옆에는 마지막 수칙이 붙어 있었다.
야간 마감 수칙 4. 보관 목록이 비어 있지 않으면 문은 닫히지 않습니다.
마감자는 자기 목소리로 종료를 알리지 마십시오.
오른쪽 칸을 모두 비운 채 점검표를 접어 악보대에 놓으십시오.
나는 한쪽만 채운 점검표를 접었다.
피아노가 의자 끄는 소리를 냈다.
나는 의자를 움직이지 않았다.
전화기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어디에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악보대에 종이를 올리자 문이 조금 열렸다.
복도 불빛이 들어왔다.
나는 문틈으로 빠져나왔다.
닫히는 문 안에서 피아노가 말했다.
"끝."
이번에는 내가 따라 하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그 단어는 발음되지 않았다.
며칠 뒤 선생님이 봉투 하나를 보냈다.
보조 수당과 함께 새 점검표가 들어 있었다.
왼쪽 칸에는 내 목소리로 들었던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오른쪽은 모두 비어 있었다.
나는 종이를 접으려다가 마지막 줄을 발견했다.
내가 그 방에서 한 적 없는 말이었다.
"다음 사람 들어오세요."
봉투 안쪽에서 열쇠가 떨어졌다.
바닥에 닿는 소리 대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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