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장 나폴리탄 괴담|물을 다 뺐는데도 마지막 레인은 사용 중이었다

    2026. 9. 19.

    by. 기록관리인

    수영장 물은 오후에 전부 뺐다.

    그런데 야간 점검표에는 마지막 레인만 사용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물이 빠진 실내 수영장과 어두운 레인 로프, 비어 있는 안전요원 의자

    바닥 타일 보수 때문에 사흘 동안 휴장하는 날이었다.

    관리자는 보일러실 열쇠를 건네면서 풀 안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했다.

    공사는 내일인데 왜 그러냐고 묻자, 그는 손목시계만 보고 퇴근했다.

    안전요원 의자에는 코팅한 안내문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모서리 안쪽으로 물이 차 있었다.

    휴장일 야간 점검 안내

     

    1. 수영조에 물이 없어도 레인 표시는 옮기지 마십시오.

     

    로프가 바닥에 닿지 않고 떠 있으면 정상적으로 구분된 상태입니다.

     

    늘어진 줄을 팽팽하게 만들려고 안으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2. 마지막 레인의 표시판은 항상 ‘사용 중’으로 두십시오.

     

    벽시계가 멈추더라도 이용 시간은 끝나지 않습니다.

     

    빈 레인으로 바꾸면 다음 사람이 입장합니다.

     

    3. 마른 타일에서 물을 차는 소리가 들리면 출입문 옆 기록지에 시간을 적으십시오.

     

    횟수는 세지 마십시오.

     

    횟수를 세기 시작하면 마지막 발차기를 확인할 때까지 근무를 마칠 수 없습니다.

     

    4. 출발대에서 젖은 손자국을 발견하면 그 위에 수건을 놓으십시오.

     

    손가락 수가 다르더라도 수건 한 장이면 됩니다.

     

    수건을 다시 들어 얼룩이 지워졌는지 확인하지 마십시오.

     

    5. 반환점 쪽 벽에서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안내등을 한 번 껐다 켜십시오.

     

    출발대 쪽에서 세 번 들렸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둘을 잘못 구분했을 때는 불을 끄지 말고 현관 밖에서 아침 근무자를 기다리십시오.

     

    6. 계단에 젖은 발자국이 생기면 풀에서 나오는 방향인지 확인하십시오.

     

    밖으로 향한다면 출입문을 열어 두십시오.

     

    안으로 향한다면 현재 서 있는 자리에서 신발 밑창을 확인하십시오.

     

    두 발이 모두 말라 있을 때만 움직여도 됩니다.

     

    7. 퇴근 전에는 기록지의 ‘현재 인원’을 1로 남겨 두십시오.

     

    그 숫자에 근무자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다른 수가 적혀 있다면 고쳐 쓰지 말고 문 아래로 기록지를 밀어 넣으십시오.

     

    문 밖에서 종이를 받더라도 손을 잡지 마십시오.

    풀 바닥에는 햇볕에 말린 듯 하얀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딱 마지막 레인만 먼지가 없었다.

    나는 현관과 가까운 의자에 앉아 새벽까지 휴대전화를 봤다.

    세 시가 조금 넘자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세 번.

    반환점 쪽이었다.

    일어나 안내등 스위치를 내렸다가 올렸더니, 마지막 레인 로프가 내 쪽으로 크게 휘었다.

    고무줄을 잡아당겼다 놓은 것처럼 바닥 위에서 떨렸다.

    나는 더는 휴대전화를 보지 않았다.

    다섯 시 반, 아침 근무자가 문을 열었다.

    그는 인사도 하지 않고 마지막 레인부터 봤다.

    “아직 안 나왔네요.”

    나는 기록지에 적힌 1을 보여 주었다.

    근무자는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제야 풀 쪽에서 철벅거리는 소리가 멎었다.

    우리는 현관으로 함께 걸어갔다.

    내 신발이 타일을 밟을 때마다 끽끽 울었다.

    벗어서 뒤집어 보니 밑창은 말라 있었다.

    양말도 말라 있었다.

    근무자가 먼저 문밖으로 나간 뒤 나는 손잡이에 손을 댔다.

    유리에 비친 풀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등 뒤를 돌아보면 여전히 마른 타일이었다.

    다시 유리를 봤다.

    마지막 레인 끝에 누군가 서 있었다.

    수영모도 수경도 없이 내 근무복을 입고 있었다.

    그가 출발대를 짚었다.

    내 손바닥에서 물이 떨어졌다.

    밖에 선 근무자가 유리문을 세 번 두드렸다.

    나는 그게 어느 쪽 신호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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