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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길거리/나폴리탄 괴담

    아파트 나폴리탄 괴담|철거된 4동에서 관리비를 내러 왔다

    2026. 9. 20.

    by. 기록관리인

    4동은 석 달 전에 철거됐다.

    그런데 야간 당직을 서던 날, 누군가 관리사무소 유리창 아래로 4동 관리비 고지서를 밀어 넣었다.

    납부 기한은 오늘이었다.

    철거 현장을 바라보는 야간 관리사무소와 책상 위 관리비 고지서

    나는 창구를 열기 전에 책상 밑에 붙은 종이를 발견했다.

    새 근무자가 보기 좋게 서류함 높이에 붙여 둔 안내문이었다.

    야간 수납 담당자 인계사항

    1. 4동 고지서는 전산에 입력하지 마십시오.

    삭제된 동 번호라는 안내가 뜨면 창구 밖에서도 그 소리가 들립니다.

    수납은 책상 오른쪽의 종이 장부로만 처리하십시오.

    2. 고지서의 호수는 읽어도 되지만 이름은 소리 내어 읽지 마십시오.

    고개를 들었을 때 창구 앞 사람이 바뀌어 있으면 이름을 읽은 것입니다.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받으십시오.

    3. 거스름돈은 서랍 안 봉투에서 꺼내십시오.

    금액이 맞지 않더라도 개인 지갑을 열어 보태지 마십시오.

    본인 돈이 장부에 들어가면 해당 세대의 공동 납부자로 기록됩니다.

    4. 수납 도장은 고지서 오른쪽 칸에 한 번만 찍으십시오.

    잉크가 흐려도 덧찍지 마십시오.

    두 번 찍힌 고지서는 한 세대가 두 곳에 배정됩니다.

    5. 납부자가 승강기 수리를 요청하면 접수만 하십시오.

    4동에는 더 이상 승강기가 없다는 설명을 하지 마십시오.

    설명을 들은 납부자는 계단으로 돌아갑니다.

    관리사무소 뒤에는 계단이 없습니다.

    6. 장부의 마지막 칸은 비워 두십시오.

    창구 밖에서 주소를 묻더라도 현재 사는 곳을 적지 마십시오.

    그 칸은 연락처가 아니라 다음 달 고지서를 받을 장소입니다.

    유리창 밖에서는 손가락이 일정하게 움직였다.

    세 번 두드리고 기다리고, 다시 세 번.

    나는 오른쪽 서랍을 열었다.

    장부와 도장, 작은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다.

    장부에는 지난달까지 수납을 마친 표시가 빼곡했다.

    내가 오기 전부터 처리하던 일이라니 조금 안심됐다.

    이번에도 적고 돌려주면 끝이었다.

    고지서에는 4동 802호라고 적혀 있었다.

    얼굴은 보지 않았다.

    받은 돈을 세고 봉투에서 거스름돈을 꺼냈다.

    금액이 맞지 않았지만 그대로 내려놓았다.

    도장은 한 번만 찍었다.

    잉크가 너무 옅어 납부 표시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종이를 되돌려 주자 밖에서 처음으로 말소리가 났다.

    “다음 달에는 어디로 오면 돼요?”

    나는 장부의 빈칸을 덮었다.

    “여기로 오세요.”

    손가락이 멈췄다.

    유리창 아래로 고지서가 다시 들어왔다.

    802호 아래에 작은 글씨가 하나 더 생겨 있었다.

    관리사무소.

    나는 안내문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현재 사는 곳을 적지 말라고 했지, 이곳을 말하지 말라는 내용은 없었다.

    프린터가 켜졌다.

    컴퓨터 전원은 꺼져 있었다.

    새 고지서에는 내가 방금 받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책상 위 형광등이 꺼지고 천장 한가운데 둥근 등이 들어왔다.

    유리창에는 커튼이 생겼다.

    커튼을 젖히자 창밖으로 이 아파트의 옥상이 내려다보였다.

    빈터여야 할 곳에서 여덟 층 아래를 보고 있었다.

    현관 쪽에서 문이 열렸다.

    장바구니를 든 사람이 내 신발을 보고 말했다.

    “이번 달부터 같이 내시는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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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안에서 층수를 믿을 수 없다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야간 점검 수칙, 빈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면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로 이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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