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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수위는 밤새 내려갔다.
그런데 관측실 벽에 남은 물자국은 자꾸 올라왔다.
발목 높이였던 검은 선이 무릎에 닿았을 때도 바닥은 말라 있었다.
나는 그제야 인수인계서 마지막 줄을 읽었다.
‘물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지 마십시오.’

관측실은 저수지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있었다.
낮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창밖으로 흙길과 철망이 보였다.
전임자는 수위 기록 장부를 펼쳐 놓고 벽에 붙은 흰 종이를 가리켰다.
“숫자는 화면에서 옮겨 적으면 됩니다.”
“벽은요?”
벽지가 벗겨진 자리에 가느다란 검은 줄이 남아 있었다.
전임자는 대답 대신 종이의 아래쪽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거기에는 굵은 글씨로 여섯 항목이 적혀 있었다.
야간 수위 기록 담당자 인계 사항
1. 매시 정각, 화면의 수위와 벽의 검은 선 높이를 각각 기록하십시오.
두 값의 단위는 다릅니다.
화면에는 미터를, 벽에는 자신의 신체 부위를 적으십시오.
예: 발목, 무릎, 허리.
2. 벽의 검은 선을 닦거나 새 선을 그어서는 안 됩니다.
선이 끊어진 곳이 있더라도 연결하지 마십시오.
끊어진 부분은 문이 있던 자리입니다.
3. 창밖에서 손전등이 세 번 깜빡이면 책상 아래 조명을 끄십시오.
밖을 향해 신호를 보내지 마십시오.
근무 교대자는 아침에만 올라옵니다.
4. 복도에서 젖은 신발 소리가 들리면 자신의 신발 밑창을 확인하십시오.
마른 상태라면 그대로 앉아 계십시오.
젖어 있다면 양발을 바닥에서 떼십시오.
어느 쪽이든 복도에 확인하러 나가지 마십시오.
5. 검은 선이 입 높이에 닿으면 그 뒤의 기록은 말없이 작성하십시오.
전화가 울려도 받지 마십시오.
상대가 직원 이름을 정확히 부르더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6. 새벽에 화면의 수위가 0이 되면 장부를 덮으십시오.
화면이 고장 났다고 판단하지 마십시오.
물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지 마십시오.
나는 장난이 심한 근무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 맡은 일이니 장부부터 채웠다.
오후 열한 시.
화면은 8.4미터, 벽은 발목.
자정.
화면은 7.1미터, 벽은 무릎.
물자국을 오래 보고 있었는데도 움직이는 순간은 보지 못했다.
숫자를 적고 고개를 들면 조금 높아져 있었다.
새벽 한 시쯤 창밖에서 불빛이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불빛이 들어오기 전에 책상 아래 스위치를 눌렀다.
방이 어두워지자 창문에 내 얼굴이 비쳤다.
그 아래로 무언가 지나갔다.
흙길에 사람이 걸어가는 높이가 아니었다.
창틀 바로 아래를, 몸을 가로로 눕힌 채 지나갔다.
나는 창문에서 등을 돌렸다.
복도에서는 신발 끄는 소리가 났다.
발을 내려다보니 밑창 가장자리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의자 위로 두 발을 올렸다.
젖은 발자국은 문 앞에서 멈췄다.
잠시 뒤 손잡이가 아래로 내려갔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벽의 검은 선이 문짝을 가로질러 이어졌다.
조금 전까지 끊어져 있던 자리였다.
새벽 세 시.
화면은 2.6미터, 벽은 가슴.
새벽 네 시.
화면은 0.8미터, 벽은 입.
전화가 울렸다.
전임자의 목소리가 자동응답기에서 흘러나왔다.
“거기 아직 물 안 들어왔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바닥이 말라 있으면 괜찮습니다.”
전화기 옆에 작은 물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천장을 올려다보지는 않았다.
“제가 문 열어드릴게요.”
손잡이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위로 올라갔다.
벽의 선이 눈앞을 지나갔다.
화면에는 0.0이 떠 있었다.
나는 장부를 덮었다.
그 순간 창밖이 조금 밝아졌다.
철망도, 흙길도 없었다.
유리 바로 앞에서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방향을 바꿨다.
책상 아래로 발을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바닥이라고 믿었던 곳에는 내 의자 그림자가 없었다.
문 밖에서 전임자가 말했다.
“이제 아시겠죠.”
목소리는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먹먹했다.
“우리는 저수지에 남은 물을 재는 게 아닙니다.”
그가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안쪽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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