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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 녹음실 나폴리탄 괴담|녹음을 멈췄는데 파일은 계속 길어졌다

    2026. 9. 29.

    by. 기록관리인

    녹음을 멈췄는데 파일 길이는 계속 늘어났다.

    나는 마이크에서 손을 떼고도 화면의 파형이 내 목소리 모양으로 자라는 걸 보고 있었다.

    빈 녹음 부스의 마이크와 헤드폰 위로 빨간 녹음 표시등이 켜진 삽화

    밤 열한 시가 넘은 녹음실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무인 운영이라 예약 번호를 입력하면 문이 열리고, 파일은 작업이 끝나면 자동으로 메일에 도착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책상 위에는 장비 사용법보다 짧은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야간 녹음실 이용 수칙

    1. 입실 직후 헤드폰을 쓰지 말고, 녹음 파일의 시작 시간이 현재 시각과 같은지 먼저 확인해 주십시오.

    2. 테스트 녹음에서는 “하나, 둘”까지만 말해 주십시오.

    3. 내가 말하지 않은 문장이 파형으로 먼저 나타나면 재생하지 말고 파일을 닫아 주십시오.

    4. 부스 밖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도 문을 열지 마십시오.

    5. ‘완료’ 표시가 뜨기 전에는 헤드폰을 벗지 마십시오.

    6. 파일명이 예약자의 이름이 아니라 오늘 날짜로 바뀌면, 마지막 문장을 읽지 말고 책상 아래의 호출 버튼을 한 번만 눌러 주십시오.

    처음에는 직원들이 재미로 붙여 둔 글이라고 생각했다.

    테스트 파일에는 내가 말한 “하나, 둘”이 정확히 들어 있었다.

    나는 원고를 읽기 시작했고, 세 번째 문장에서 왼쪽 귀에 짧은 숨소리가 섞였다.

    녹음을 멈췄지만 파형은 멈추지 않았다.

    화면에는 아직 읽지 않은 네 번째 문장만큼의 길이가 더 생겼다.

    재생 버튼에 손을 올리다 종이의 세 번째 수칙이 떠올라 창을 닫았다.

    그때 문밖에서 내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조금 전 내가 했던 테스트 녹음과 똑같은 간격이었다.

    모니터 오른쪽 아래의 파일명이 내 이름에서 오늘 날짜로 바뀌었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읽지 않고 책상 아래 버튼을 눌렀다.

    빨간 녹음등이 꺼지자 문밖의 목소리도 그쳤다.

    완료 표시가 뜨길 기다리는 동안, 닫아 둔 파일 창이 혼자 다시 열렸다.

    녹음 시작 시간은 내가 건물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이었다.

    마지막 파형 아래에는 자동 자막 한 줄이 생겼다.

    “완료 표시가 뜨면 헤드폰을 벗으세요.”

    나는 귀를 덮고 있는 줄 알았던 헤드폰을 붙잡으려 손을 올렸다.

    헤드폰은 책상 옆 고리에 처음부터 걸려 있었고, 왼쪽 귀에서는 다시 내 숨소리가 났다.



    다른 규칙괴담을 읽고 싶다면 나폴리탄 괴담 모음에서 골라 볼 수 있다.

    닫힌 공간에서 들려온 이상한 신호는 극장 소품실의 끊긴 전화에도 나온다.

    문과 출구가 수상한 이야기가 좋다면 심야 세탁소의 꺼진 세탁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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