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공포증

Cha.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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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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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 있을 때는 하루라도 빨리 대학교 생활을 하고 싶었다. 2년동안 느끼지 못했던 낭만적인 캠퍼스라이프, 동기들과의 술자리, 각종 축제 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학교 수업을 듣고 싶었다. 인간이란 간사한 동물이다. 몸이 피곤하면, '차라리 공부를 하던 때가 좋았다.'라는 생각이 들고, 막상 공부를 하면, '그래도 몸으로 떄우는것이 속 편했다.'라고 생각하게된다. 나도 군대에 있을때는 전공공부를 하고 싶었다. 또 군대가기 전에는 그렇게 두려워하던 발표도, 군대를 제대할때가 되니 뭐든 할 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서, 대학교 발표수업때 발표를 멋있게 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제대한지가 6개월이 되었고, 나는 내가 바라던대로 대학교수업을 듣게 되었다. 오랫만에 들으려니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수업은 매우 지루했고, 수업시간의 대부분을 잠과 싸우며 보냈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수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발표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 잘 할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수업의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내 이름이 불리자,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발표공포증이 다시 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호기로웠던 첫모습과는 다르게 교탁에 서자마자, 심장이 뒤틀리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다음 대사로 무엇을 말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않았다. 정말 머릿속이 백지가 된 것 같았다. 사람들 앞에 선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발표하는 내내 빨리 이 발표시간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어떻게 발표가 끝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렇게 나의 제대 후 첫 발표는 정말 제대로 조져버렸다.

 사실 변명거리는 조금 있다. 일단 발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나의 안일한 생각이기도 했지만, 그 근자감 때문에 발표대본도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고, 발표 흐름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발표를 망치는것은 굉장히 당연한 결과였다. 또 다른 이유는 발표를 피피티가 아닌 한글 레포트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피피티가 있었다면, 피피티의 지표들과 그래프, 사진, 그림 등을 활용하여 좀 더 자연스러운 발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글 레포트로 발표를 하려고하니 눈앞에는 수많은 글자들이 아른거리고, 머릿속은 하얗게 되니 발표가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나는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나의 단점이기도 한 저 성격은 나를 계속 채찍질하여 내가 완벽한 모습을 이루도록 한다. 그리고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엄청난 자괴감이 느낀다. 이번 발표도 나는 완벽하고 여유롭게 발표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을 꿈꿨으나, 현실의 나는 그러지 못하자,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자괴감때문에 발표를 더 망쳤던것 같다.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었지만, 나는 말재주가 좋지 못하다. 토론이나 말싸움에 취약하고,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질문이나, 말장난, 갑작스러운 발표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약하다고 해서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직장에 가거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질문에 답하거나, 발표를 해야 할 순간들이 넘쳐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이다. 계속해서 연습을 하는 것이다. 발표도 내 몸, 입에 익을 때 까지 계속해서 반복 연습하다보면 어느새 발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빨리 접하기 위해서, 발표를 위한 강의나, 특강, 세미나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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